[아주초대석]‘갈라파고스 국내 가전 시장 메기가 되다’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

2019-10-08 10:57:58

[아주초대석]‘갈라파고스 국내 가전 시장 메기가 되다’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


다이슨 무선청소기·이메텍 전기요 등 수입 맡아대기업 경쟁 부담에도 도전...

판매플랫폼, 대기업서 역벤치마킹하기도 휴식·브랜드 체험마당 '큐레이션A' 확장...

최종 목표는 '사회환원' 


가전제품의 갈라파고스. 일부 대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국내 가전시장을 비판적으로 업계에서 부르는 말이다. 외부와의 단절로 인해 갈라파고스는 고유의 식생이 유지돼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긍정적 의미라도 있지만, 국내 가전시장으로 따지면 업계 도태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이 같은 국내 시장에서 ‘메기효과(연못에 메기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가 더 건강해진다는 이론)’를 불러일으키며, 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25일로 창립 18주년을 맞는 글로벌 유통업체 ‘게이트비젼’이다. 

지난 19일 경기 일산의 게이트비젼 본사에서 만난 김성수 대표는 “제품의 핵심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매달 절반 이상을 해외 주요 거래선과 행사장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게이트비젼이 유통하고 있는 제품의 면면이 김 대표의 진실성을 드러낸다. 게이트비젼은 2009년부터 세계 1위 무선청소기업체 다이슨 공식판매처, 2014년부터 세계 1위 공기청정기업체 블루에어 공식 판매원과 유럽 1위 전기장판업체 이메텍 전기요 공식 수입원, 2017년부터 세계 1위 다리미업체 로라스타 스팀다리미 수입원과 의류건조기의 대명사 화이트나이트 수입원 등을 맡아 사세를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초창기 매출이 200억~300억원에 불과했지만, 10여년이 지나면서 1500억원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2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이 같은 실적은 소비자들이 게이트비젼의 제품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게이트비젼의 영향력은 제품의 유통망에서도 드러난다. 이메텍 프리미엄 전기요의 경우 국내 주요 전자제품 매장 3000여곳에서 팔릴 정도다. 온라인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 같은 게이트비젼의 성장은 국내 가전제품의 지형도 크게 바꾸고 있다.

다이슨의 무선청소기가 대표적인 예다. 사실 다이슨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다. 특히 다이슨의 주력 제품인 모터가 손잡이 부분에 달린 ‘상중심 무선청소기’의 경우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구매해 국내에 들여오지 않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이 상중심 무선청소기를 속속 내놓을 정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무선청소기 시장 규모는 100만대를 넘어섰다. 전체 청소기 시장(200만 대)의 절반에 해당한다. 국내에 충분한 수요가 있었지만 게이트비젼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업계의 평가다. 

김 대표는 “다이슨의 무선청소기와 로라스타의 스팀다리미 등은 업계에서 가장 고가 라인을 형성할 정도로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품질과 브랜드 가치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전 시장의 변화를 위해 그가 다음 단계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큐레이션A’다. 쉽게 말하면 휴식 겸용 고급 브랜드 체험 마당이다. 이곳은 게이트비젼의 제품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가전을 전시하고 있으며, 담당 큐레이터와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현재 본사 1·2층과 서울 강남점, 전남 광주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게이트비젼은 큐레이션A를 더욱 확장해 가전제품 유통의 틀을 바꾼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경기 고양에 있는 행주산성 인근에 1570㎡ 규모의 큐레이션A 홀세일 매장을 내년 상반기 새롭게 문 열 계획”이라며 “이곳에서는 방문객이 비치된 제품을 통해 안마도 받고, 맑은 공기도 마시며 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방문객에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할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사업 수완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도 남다르다. 지금은 사업을 키워 협력사와 상생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데 매진하고 있지만, 그의 최종 종착지는 ‘사회환원’이다. 실제 2015년부터 게이트비젼은 대표 직속으로 사회복지재단을 마련하고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존경하는 은사에게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할 것을 약속한 적이 있다”며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이라는 막연한 개념을 사업으로 구체화했고,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통해 사회복지관 같은 시설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Q.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다면. 
A. 가격 기준이 아니다. 품질과 브랜드 가치, 고객 만족이라는 세 가지를 중심으로 제품 유통 여부를 판단한다. 게이트비젼이 유통하는 제품 대부분은 이 세 가지를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았다. 한 가지 예로 지난해부터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로라스타의 스팀다리미의 경우 300만원이 넘는 제품이지만, 수요가 있다. 그 첫 번째 구매 고객은 이 같은 제품을 소개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회사로 편지를 썼을 정도다. 우리의 사업방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Q. 중소업체가 많은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텐데
A. 사업 초기 해외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총판 유통을 했다. 이를 중심으로 2000년대 후반까지 꾸준히 성장했으나, 기복이 많은 제품의 특성상 한계에 봉착했다. 돌파구를 브랜드 총판에서 찾았다. 당시 영국의 한 유명백화점에서 다이슨 제품을 보자마자 이게 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카테고리 확장성, 디자인, 품질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게이트비젼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다이슨이 국내에 날개 없는 선풍기를 선보였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우리가 해보겠다고 했다. 겨울이라 어려운 시기였지만 8000개 물량을 2개월반 만에 싹 팔아치웠다. 그러자 다이슨에서 역으로 제안이 왔다. 한국 총판을 줄 테니 해보라는 것이었다.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다이슨에 올인한 결과 오늘날의 게이트비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Q. 대기업 제품군과 경쟁하게 되면서 우려도 있었을 텐데. 
A. 사실 매출 500억원도 안 되는 유통업체들이 국내 주요 가전 대기업의 제품을 거래한다는 것은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대기업의 가전과 겹치는 것은 안하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과 국내 가전 생태계의 변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선택이었고 도전이었다. 당시 업계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오히려 지금은 부러워한다. 이제는 우리 회사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 등을 일부 대기업들이 벤치마킹하는 상황이다. 

Q. 새롭게 국내에 선보이려고 준비하는 제품이 있나. 
A. 초기 단계가 소형가전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총판으로서 입지를 확대해 가는 과정이다. 다이슨과 이메텍, 로라스타, 화이트나이트 등의 제품 중 국내에 소개하지 않은 좋은 제품이 더 많다. 아직은 이들 제품을 확대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 회사의 제품을 카테고리화해 친환경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

Q. 지금까지 성공과 실패에 대해 말한다면. 
A. 성공이라면 게이트비젼을 소형가전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총판으로 변모시킨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다. 물론 지금까지 10여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회사 지하에 제품을 넣어뒀다가 물난리로 다 버린 일, 제품의 하자가 있어 컨테이너째 물건을 폐기한 일, 매장 사원이 물품 대금을 빼돌려 큰 손실을 본 일 등 꼽자면 밤을 새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 지금의 게이트비젼이 있게 한 밑바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실패는 없었다고 본다. 

Q.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A.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왜 하냐라는 질문에 떠오르는 답이 돈 벌려고, 아이디어가 있어서, 신기술이 있어서 등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면 3년 안에 망하거나 다른 일을 하게 된다. 괜히 우리나라 창업 후 3년 안의 폐업률이 90%에 육박하는 게 아니다. 개인적 영달만을 위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자기가 왜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명분이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자기동의가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 가치 실현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할 수 있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진희기자 

원문보기 -https://www.ajunews.com/view/20181023132522366